올해 여름은 유난히 고되게 느껴지네요. 태양이 작정하고 쏟아붓는 듯한 이 무더위도 힘든데,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까지 더해지니, 정말 지치지 않을 수 없어요. 가끔은 하늘이 왜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온종일 내리쬐는 강렬한 햇볕에 기력이 다 소진된 듯한데, 이내 갑작스레 몰려오는 먹구름과 함께 비가 내리면 이대로 세상이 다 잠겨버릴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죠.
오늘도 그런 날이었어요. 한낮의 햇살이 지독하게 뜨거웠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여름의 불볕더위에 지친 얼굴로 하나둘씩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하늘이 음산해지더니, 대뜸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소나기. 미리 대비하지 못한 탓에 그냥 흠뻑 젖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산은 커녕, 피할 곳도 없던 저는 결국 비를 맞으며 한참을 걸었어요. 참 이상하게도, 그 순간은 지친 하루의 끝에 찾아온 작은 해방감 같았어요.
빗방울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점점 커질수록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어요. 비에 젖은 도시는 잠깐 동안이라도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손길 같았고, 그 순간만큼은 찌푸렸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물론, 집에 돌아와 보니 젖은 옷과 신발 때문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긴 했지만요. 기온도 높은데 옷까지 젖어버리니 다시 힘든 기분이 돌아왔죠. 그런데도 이 여름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어쩐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비가 오고 나면 공기가 한결 맑아지고, 뜨거웠던 땅이 잠시나마 식어가니까요.
이제 여름이 반 이상 지나갔다는 걸 생각하면, 이 고된 날들도 머지않아 지나가리라는 기대를 하게 돼요. 소나기가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듯, 이 더위도 결국 끝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비에 젖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다음엔 우산을 꼭 챙겨야겠어요.